인터뷰

자연을 바라보는 제 개인적인 시선은 문명과의 경계선에서 그 차이를 비교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더는 자연의 질서보다는 인간들이 만든 문명의 질서를 학습을 통해 배워왔습니다. 인간 질서의 출발은 아마도 거친 환경에서 홀로 살아남기 쉽지 않아 집단을 이루게 된 인간들이 이상적인 공동체의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도시의 질서가 자연의 그것에 비해 불필요하리만큼 과도하고 사람들은 그 질서가 무엇 때문에  생겨났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저 따르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을 찾아 작업하게 되었는데 포장된 도로보다 비포장도로나 산길, 물길 등을 따라 자주 여행하다 보니 도시가 형성되고 도로나 댐, 다리 등이 생기는 이유를 생각하게 됩니다. 문명과 자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동한다는 것은 한자리에 머무르면서 갖게 되는 안정성에 비해 불안정한 상황일 수 있지만, 반면, 머물렀던 자리에 대한 가치 인식뿐만 아니라, 가지 못했던 곳에 다가가면서 깨닫게 되는 또 다른 새로운 가치 등을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노마디즘(nomadism) 즉 과거에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다니던 유목민적 삶의 가치가 정신적인 여행을 통해 다양한 가치들과 만나는 행위와 다르지 않음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제 작품에서의 "이동"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동을 망설이는 시점부터 출발하는 것이 지금 저의 작품들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2012 모란야외미술프로젝트 <nature>展 서면인터뷰 중 발췌